회사가 바빠졌다. 물론 일이 많아지고 회사가 잘되려고 바빠지는게 아니다. 권고사직의 후유증으로 경영지원팀이 바빠지는 소리가 개발팀까지 들렸다. 신뢰를 잃은 직원들은 모든 소리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들 안좋은 말은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대신 회사에 대한 애정을 키우기보단 자신의 스킬적 전문성과 경험등 자기개발을 중점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조용한게 더 무섭다" 라는 말이 실감났다.
계속해서 프로젝트가 갈아치워졌다.
회사가 의식없이 무의미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다들 지쳤고 그로인해 퇴사하시는 직원들이 생겼다. 대표님은 퇴사하는 직원들을 향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믿지 못하고 배신하는 사람" 으로 낙인을 찍어 남아계신분들을 위로?하였다. 건강하지 못했다. "그런말을 듣는다고 남아있는 직원이 힘을 내는게 아닐텐데..." 라는 아쉬움과 애정을 가지고 남아서 일했던 날들의 회의감이 밀려왔다. "나도 언젠가 퇴사하는 날 다른분들이 나에 대해서 저런 말을 듣겠지" 라는 억울함도 느끼게 되었다.
투자자가 생겼다.
기적이다. 매출도 없고 뚜렷한 수익 모델도 없는데 투자자가 생겼다. 심지어 수익 모델도 들고 오셨다. 앞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고 지금까지 버티고 성장한 나에게 어떠한 대가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나도 결국 욕심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라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행복한 상상도 잠시였다. 뚜렷한 방향성 없는 회사는 투자자의 수익모델에 의존하게 되었고 SI업체와 비슷하게 일하는 방식의 프로세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통이 필요했다.
서로의 신뢰가 없어진상태에서 소통이란...
말이 안된다. 개발팀은 더이상 대표님을 신뢰하지 않고 당연하게 신뢰를 받지 못한 대표님은 개발팀을 신뢰하지 않았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새로운 프로세스에 대해서 적응도 안돼고 그렇다고 소통이 원활한것도 아니고 난리였다. 대표님은 "직원들이 어리고 경험이 없으니" 라는 단어들을 말의 처음과 끝에 붙이기 시작했고, 그것을 들은 직원들은 논리적이지 못하고 대화의 본질을 흐리는 대표님의 말투에 실망했다. 결국 회의라는 것은 대표님의 훈육시간으로 변질되었고, 직원들은 "나 말고 나이많고 경험많은 어르신들 데려다 놓고 경영해라" 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개판이 되기 시작했다..
안좋은 말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말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대표님은 나이많고 경험많은 지인을 하나 둘 회사에 채우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회사의 프로세스와 문화가 7080으로 회기하기 시작했다. 직원에게 신뢰를 잃은 대표님은 복지를 없애기 시작했고 직원들은 "묵묵하게 할 일 하다가 퇴사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화가났다. 애정있게 다닌 회사가 이렇게 변한다는 것이 너무 짜증이 났다. 하지만 이미 너무 멀리왔고 결국 나도 퇴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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